정교회의 성탄절 날짜는 왜 다른가?
강 영 선 (한신대 명예교수)
1) 예수님의 탄생 연대와 날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2020년이라는 서력기원(西紀) 연대기는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해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라틴어로 A.D.(Anno Domini)라고 하고, 우리 말로는 주후(主後)라고 한다. 그리고 주님이 오시기 이전의 역사를 영어로 B.C.(Before Christ)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주전(主前)이라고 한다. 이처럼 예수님의 탄생은 세계의 역사기록에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였던 시절, 주후 525년에 로마교황 요한네스 1세의 요청에 의하여,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의 책임 하에, 당시 사용하던 로마력을 폐지하고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모든 역사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역사학자들을 동원하여 7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모든 연대기록을 바꾸어서 532년 부활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를 합성한 말로서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예배라는 뜻이다.
우리가 성탄절로 지키는 12월 25일은 원래 로마인들의 동지절이었고, 그 동지절기는 곧 태양신 축제일이었다. 당시 대다수 로마인들은 미트라교(Mithraism)라는 종교를 신봉하고 있었는데,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拜火敎)에서 유래한 미트라신은 빛의 신이었다. 동지(冬至)란 낮의 해가 가장 짧았다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서 태양이 지평선의 가장 낮은 지점으로부터 올라와 우주의 빛을 주는 날이라는 해석으로 인해 그들은 당시 동지였던 12월 25일을 큰 축제일로 지켰다. 이러한 태양신 축제일이었던 12월 25일을 교황 율리우스 1세 시절(337-352년)부터 예수님의 탄생일로 지키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탄생일이 늦가을이었거나 겨울이었다는 역사적 고증이 있었고, 세상의 빛(요한1:4-9)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하여, 또한 그리스도교가 이교도 문화를 정복했다는 의미에서, 태양신 축제일인 동지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고 한다.
2) 동방교회의 크리스마스
그러나 성탄절 날짜를 정하는데 있어서 서방가톨릭과 동방정교회 사이에 처음부터 견해 차이가 있었다.
동방교회 본산인 콘스탄티노플, 안디옥, 예루살렘 등의 지역에서는 380년부터 1월 6일(주현절)을 성탄절로 지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마교회의 강력한 권유로 431년 에베소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432년부터 동로마 지역에서도 12월25일을 성탄절로, 1월6일은 예수님의 현현일로 분리하여 지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전통으로 인하여 1월6일(주현절)을 ‘작은 성탄절(Little Christmas)' 또는 ’옛 성탄절(Old Christmas)' 이라고도 부른다. 동방교회 전통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같은 날 천사들에 의하여 기쁜 소식을 들은 목자들의 방문과 동방박사들의 경배도 함께 경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회 중에서도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만큼은 현재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교회가 사용하는 달력의 차이 때문이다. 과거 동서방교회가 공통으로 1천5백여 년 동안 사용했던 달력은 율리우스 달력(Julian calendar)이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44) 황제가 이집트의 천문학자 소시게네스(Sosigenes)의 의견을 따라, 당시 혼란스러웠던 모든 달력을 폐기하고, 주전 45년 11월 1일자로 새로운 달력을 공표했다. 달력에서 일 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말하며, 정확하게는 365.24219879일이 된다. 그런데 율리우스 달력에서 1년은 실제 1년 보다 0.0078일 더 길어지게 되어있어서 그 시간적 차이가 16세기에 와서는 10일의 오차로 벌어졌다. 심지어 그리스도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의 날짜, 즉 “춘분이 지난 다음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뒤에 오는 첫 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한다.”는 원칙도 세월이 흐르면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로마교회는 달력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1572년에 교황으로 즉위한 그레고리 13세는 1582년 2월 24일자로 지금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 달력을 폐기하고 새로운 달력(그레고리안 달력)을 채택했다. 율리우스력이 400년에 100번의 윤년이 있는 것을 97번의 윤년으로 하여, 태양의 위치와 책력을 훨씬 잘 맞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달력이 그레고리안 카랜다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는 교회 축일을 계산할 때만큼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율리우스 달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가톨릭 교황이 만든 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지역의 정교회들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하여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지만,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의 축일은 서방교회 축일 날짜보다 13일 늦게 오기 때문에 그들의 성탄절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인 것이다.
정교회의 성탄절 날짜는 왜 다른가?
강 영 선 (한신대 명예교수)
1) 예수님의 탄생 연대와 날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2020년이라는 서력기원(西紀) 연대기는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해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라틴어로 A.D.(Anno Domini)라고 하고, 우리 말로는 주후(主後)라고 한다. 그리고 주님이 오시기 이전의 역사를 영어로 B.C.(Before Christ)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주전(主前)이라고 한다. 이처럼 예수님의 탄생은 세계의 역사기록에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였던 시절, 주후 525년에 로마교황 요한네스 1세의 요청에 의하여,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의 책임 하에, 당시 사용하던 로마력을 폐지하고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모든 역사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역사학자들을 동원하여 7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모든 연대기록을 바꾸어서 532년 부활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를 합성한 말로서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예배라는 뜻이다.
우리가 성탄절로 지키는 12월 25일은 원래 로마인들의 동지절이었고, 그 동지절기는 곧 태양신 축제일이었다. 당시 대다수 로마인들은 미트라교(Mithraism)라는 종교를 신봉하고 있었는데,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拜火敎)에서 유래한 미트라신은 빛의 신이었다. 동지(冬至)란 낮의 해가 가장 짧았다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서 태양이 지평선의 가장 낮은 지점으로부터 올라와 우주의 빛을 주는 날이라는 해석으로 인해 그들은 당시 동지였던 12월 25일을 큰 축제일로 지켰다. 이러한 태양신 축제일이었던 12월 25일을 교황 율리우스 1세 시절(337-352년)부터 예수님의 탄생일로 지키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탄생일이 늦가을이었거나 겨울이었다는 역사적 고증이 있었고, 세상의 빛(요한1:4-9)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하여, 또한 그리스도교가 이교도 문화를 정복했다는 의미에서, 태양신 축제일인 동지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고 한다.
2) 동방교회의 크리스마스
그러나 성탄절 날짜를 정하는데 있어서 서방가톨릭과 동방정교회 사이에 처음부터 견해 차이가 있었다.
동방교회 본산인 콘스탄티노플, 안디옥, 예루살렘 등의 지역에서는 380년부터 1월 6일(주현절)을 성탄절로 지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마교회의 강력한 권유로 431년 에베소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432년부터 동로마 지역에서도 12월25일을 성탄절로, 1월6일은 예수님의 현현일로 분리하여 지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전통으로 인하여 1월6일(주현절)을 ‘작은 성탄절(Little Christmas)' 또는 ’옛 성탄절(Old Christmas)' 이라고도 부른다. 동방교회 전통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같은 날 천사들에 의하여 기쁜 소식을 들은 목자들의 방문과 동방박사들의 경배도 함께 경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회 중에서도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만큼은 현재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교회가 사용하는 달력의 차이 때문이다. 과거 동서방교회가 공통으로 1천5백여 년 동안 사용했던 달력은 율리우스 달력(Julian calendar)이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44) 황제가 이집트의 천문학자 소시게네스(Sosigenes)의 의견을 따라, 당시 혼란스러웠던 모든 달력을 폐기하고, 주전 45년 11월 1일자로 새로운 달력을 공표했다. 달력에서 일 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말하며, 정확하게는 365.24219879일이 된다. 그런데 율리우스 달력에서 1년은 실제 1년 보다 0.0078일 더 길어지게 되어있어서 그 시간적 차이가 16세기에 와서는 10일의 오차로 벌어졌다. 심지어 그리스도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의 날짜, 즉 “춘분이 지난 다음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뒤에 오는 첫 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한다.”는 원칙도 세월이 흐르면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로마교회는 달력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1572년에 교황으로 즉위한 그레고리 13세는 1582년 2월 24일자로 지금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 달력을 폐기하고 새로운 달력(그레고리안 달력)을 채택했다. 율리우스력이 400년에 100번의 윤년이 있는 것을 97번의 윤년으로 하여, 태양의 위치와 책력을 훨씬 잘 맞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달력이 그레고리안 카랜다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는 교회 축일을 계산할 때만큼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율리우스 달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가톨릭 교황이 만든 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지역의 정교회들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하여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지만,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의 축일은 서방교회 축일 날짜보다 13일 늦게 오기 때문에 그들의 성탄절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