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서 파랑새가 나온 사건

인천동양교회 이사무엘목사

 

항문에서 파랑새가 나온 사건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을 다 먹고 책보에 싸서 메고 돌아올 때 달리면 ‘달그락 달그락…’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인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많은 말을 쏟아내고 맙니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불쑥 말해버리면 안에서 여무는 것이 없습니다. 말의 의미가 안에서 잘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에서 걸러야 합니다. 말을 안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자 부인이 왜 그러느냐 물었습니다. 황희는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말 하겠다 하니 부인은 하늘에 두고 맹세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은 조금 전에 변소에 갔는데 변기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가서 이 파랑새가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하는데 파랑새가 나타나기 전 내 항문이 유달리 뻐근했던 것 같았고 이런 일을 누가 알면 뭐라 하겠는가! 그러니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 현숙하고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황희 정승의 부인이 이웃집 마님과 이야기 하다가 그만 파랑새 이야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당황한 그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으나 판서댁 마님은 자기 남편에게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파랑새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랑새 이야기는 삽시간에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 수 십 마리로 불어났고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가 세종대왕이 황희를 불러서 경의 항문에서 파랑새 수 십 마리가 나와서 하늘로 날아갔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사실인가 물었습니다. 그때 황희는 전하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리오.
세상에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생사람 잡는 일이 허다하여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험해 본 것뿐입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말이란 눈덩이 같아서 움직일수록 커지는 법입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이 매장되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여 평생 누명을 벗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의 티끌을 보기 전에 자신의 들보를 보아야합니다.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말로 비난하는 버릇을 버려야합니다. 병에 물을 가득 채우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을 반쯤 채우면 소리가 납니다. 매연으로 세상이 더러워지는 것보다 무책임한 말, 언어의 남발로 세상이 질식할 만큼 오염됐습니다. 현대인의 특징은 조용히 사색하고 명상하며 기도하는 침묵의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잃어버림으로 천박한 생각, 얕은꾀만 늘었습니다.
이제 2022.3.9. 대선인데 얼마나 많은 무책임한 말, 흑색선전, 더럽고 추한 말들이 폐차직전의 낡은 자동차의 뒷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연처럼 쏟아져 나올지 짐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