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신앙공동체와 사회공동체의 비전, 그 행복의 접점


영적 신앙공동체와 사회공동체의 비전, 그 행복의 접점

 

회원수 12억 명, 가입국가 112개국, 318개의 협동조합연합회와 300만개의 협동조합의 연대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비정부기구인 세계협동조합연맹 (ICA,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이 주최한 제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2021년 12월 1일-3일까지 한국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되었다.

매년 혹은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협동조합연맹 총회와는 달리 ICA설립 125주년,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계획했던 2020년 대회가 코로나 팬더믹 상황으로 1년 연기하여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ICA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주최인 세계협동조합연맹은(ICA)는 1985년에 결성된 세계 협동조합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전 세계의 협동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보다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면서 각 국가별, 지역단위로 사회공동체의 생태계와 비전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협동조합연합회(전국협)과 경기도협동조합협의회, 생협 아이쿱과 한 살림. 성공회대학교 등이 참여하고 농협을 비롯한 개별법 협동조합등이 참여했다.


이번의 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였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의 정체성은 존재의 이유이고 목적이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모순들을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혼자서 잘 살고 혼자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하여 자기만의 행복을 중요시해 왔던 산업사회 이후의 삶의 폐단을 극복하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민주사회, 평등사회, 정의사회를 이루어 갈 것인가가 협동조합의 존재이유이고 목적이다.

많은 것을 투자한 사람이 판을 쓸어 담는 자본의 논리가 당연시 되는 사회가 아닌, 작은 것일지라도 함께 나누고 공평한 분배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소외되고 약한 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원칙을 정함으로서 사람 사는 세상, 정의로운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그런데 이번 총회는 그 정체성의 깊이를 더하는 대회로 모였다.

한 개인이나 사람이 만든 조직들은 심지어 인류의 역사의 흐름까지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 첫 마음과 초기에 정한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협동조합도 100년이 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성장과 실패, 수많은 부침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틈이 생길 때마다 조직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 세웠던 그 목적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체성을 상실한 또다른 변이가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영적인 신앙공동체인 교회도 2천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초기 복음이 전해질 때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핍박을 피하여 카타콤베에서 30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전한 복음과 진리, 부활의 신앙을 지키며 인고의 시간들을 보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기독교가 국교가 되고 세상의 권력을 손에 넣고 세상을 지배하는 자리에 오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기독교의 거룩한 전통은 사라지고 세상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기복주의 종교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가난 속에서도 기독교 신앙의 진리를 지켜내고 어떤 환난과 억압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 화해를 이루어냈던 그 거룩한 신앙의 정체성이 퇴색해 버리고 말았다.

한국교회의 역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복음을 통해 수많은 영혼을 구원하고 신앙의 진리와 교훈을 통해 세상과는 다른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했던 선교사들의 수고와 헌신, 순교의 정신은 사라지고 오직 성공과 축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것이 한국교회의 현대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는 다시한번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

정말 한국교회는 믿음의 공동체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기독교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가 추구했던 거룩함과 사랑과 구원의 복음에 근거하고 있는가?

정말 우리는 신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함께 하는 행복한 신앙의 공동체인가?

교회는 믿음생활을 통해서 소망을 발견하는 희망의 공동체이고 세속이라 말하는 죄악이 관영한 세상과 구별된 성화의 공동체인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교회는 기독교인들에게 삶의 기반이고 생명의 근거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한국교회는 예배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면 각 자의 삶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화된 형태이다.
단지 예배시간을 통해 은혜를 경험하고 위로 받고 기복신앙의 자리로 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세계의 최빈국 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는 방글라세시의 백성들이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가난한 자들의 은행> 그라민 뱅크를 설립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은행은 돈 있는 사람들은 이자를 받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자본을 은행에 예치한다. 돈 없는 자들은 이자를 내고 필요한 돈을 빌려 쓰는 것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돈을 대출받으려면 담보를 잡히거나 신용보증을 세워야 하고 그리고도 이자를 내야 한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사람들은 이자를 낼만한 형편도 잡힐만한 담보도 없고 신용보증을 서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은행은 있는 자들의 사치일뿐이다.

무함마드 유누스는 담보도 필요 없고 신용보증도 없이 염소 한 마리 구입할 수 있는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형편대로 갚을 수 있는 <가난한 자들의 은행, 그라민 뱅크>를 설립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성사시켰고 그로 인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교회는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얻는 지혜를 통해 희망을 만들어가는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만의 문제에 집착하여 기복신앙에 안주하고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아니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교회가 아니라 진정한 신앙공동체를 통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여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행복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교단 총회나 노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서만 존재감을 드러내고 관계의 틀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기반한 신앙공동체,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가 서로의 정체성으로 연대하여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과 행복의 기반을 확대해 가는 사회공동체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제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 파트별로 진행되었던 세션의 큰 주제가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하기,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하기, 협동조합 정체성 실천하기, 였다.

우리 한국교회들도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생명과 기후, 환경과 경제의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영성의 신앙공동체로서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이 때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공동체의 역할과 가치를 높이는 일에 헌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위기의 때를 기점으로 영적 신앙공동체와 사회공동체의 행복의 점접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남수이사/경기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