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하느님, 호칭의 차이는 무엇인가?

강 영 선 (한신대 명예교수)


하나님과 하느님, 호칭의 차이는 무엇인가?

 

히브리인들이 ‘엘로힘’, ‘야훼’, 또는 ‘여호와’ 라고 부른 그 분을 우리는 ‘하나님’ 또는 ‘하느님’으로 부르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으로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개신교 안에서는, 이 두 가지 호칭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전 국민이 부르는 애국가에도 ‘하느님’으로 되어있고, 1971년에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으로 번역한 ⌜공동번역성서⌟에서도 ‘하느님’으로 표기하였으나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의 신의 명칭이 두 가지로 사용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심한 경우 가톨릭과 개신교가 각각 믿는 신이 다른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야훼와 여호와가 같은 분이듯이, 하나님과 하느님 역시 같은 이름이다.

하느님은 하늘(天)의 존칭어로서 인류의 보편적 종교현상 속에서 발견되는 신(神)의 이름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신개념 역시 하늘을 인격화한 ‘하늘님’이었으며, 그 전통적 신개념을 그대로 수용한 이름이 하느님이다. 가톨릭에서는 전래 이후 ‘천주님’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오다가 1971년 「공동번역성서」 출판을 계기로 ‘하느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공동번역성서」를 함께 번역한 신구교 신학자들이 ‘하느님’으로 통일하기로 합의했으나,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는 유일신을 의미하는 ‘하나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오고 있는 것이다.

 

국어학자들의 해석에 의하면, ‘하나님’과 ‘하느님’은 어원적으로는 우리말의 모음체계가 불안정해지며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 국어의 발전과정에서 ‘하님’이 변천된 것이라고 한다. 이 ‘하님’은 하늘의 옛 형태인 ‘하’에 ‘님’이 붙으며 ‘ㄹ’이 탈락한 형태다. ‘아들’ ‘딸’에 님자가 붙으며 ‘아드님’ ‘따님’이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만약 ‘하님’이 ‘하나 밖에 없는 분’의 의미라면 ‘나님’이어야 한다고 국어학자들은 주장한다.

1882년에 영국 선교사 존 로스와 존 멕킨타이어가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에는 하느님과 하나님이 동시에 나온다. 당시에는 국문학적으로 이 두 가지 모두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 개신교 쪽에서는 ‘하나’라는 수사에 ‘님’이라는 존칭접미사를 붙인 ‘하나님’을 유일신을 지칭하는 용어로 받아들임으로 하나밖에 없는 분, 즉 유일하신 신으로 해석해 왔다. 그리고 천주교에서는 하늘에 계신 분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느님’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님’도 초창기에는 ‘하나+님’의 개념보다는 ‘하늘+님’의 개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국어학자들은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하나님이라는 두 가지 명칭이 처음에는 의미론적 차이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국어학적 혼동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분을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어떤 호칭으로도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류의 구원을 위해 육신을 입고 화육하시고, 당신의 생명까지 내어놓으신 그 분을 온전히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왕이면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가 통일된 신의 호칭을 사용한다면, 교회일치운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