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서와 개신교 성서의 차이점


강 영 선 (한신대 명예교수)


가톨릭 성서와 개신교 성서의 차이점

 

성경은 66가지의 글을 한 데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편집되었는데, 현재 성경 속에 들어와 있는 그 66권(구약39권+신약27권)을 ‘정경’(正經)이라고 부른다. 정경(CANNON)이란 그리스어의 ‘카논’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표준, 규범, 척도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경은 인간의 삶과 신앙의 규범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경이라는 용어는 위경과 외경에 대한 상대적 용어이기도 하다. 위경(僞經)이란 성경의 편집과정에서 처음에는 성경의 후보군에 들었으나 성경으로서의 가치기준에 미달되어 정경과 외경에 포함되지 못한 21권의 책을 말한다. 그리고 외경(外經)이란 정경화(正經化) 과정에서 최종 심사에서 정경에 들어오지 못하고 탈락된 78권을 말하는데, 구약 외경 15권과 신약 외경 63권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위경은 예선에서 탈락한 책들이고, 외경은 결선까지 진출했다가 최종적으로 탈락한 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경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은 성경의 편집과정에서 여러 유사한 문서들(위경과 외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멀고도 험한 정경화 과정을 거쳐, 구약성경 39권이 정경으로 채택된 것은 주후 1세기(90년경)에 얌니야(Jamnia)라는 곳에서 수차례 열린 유대교 지도자들의 회의에서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히브리어로 된 구약 39권이 최초로 그리스어로 번역이 되었는데, 이 번역사업에 70명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해서 이 번역본을 ‘칠십인역 성서’(Septuagint)라 부른다. 현재 우리 말 성경의 순서는 이 ‘칠십인역’을 대본으로 삼고 있다.

원래 구약은 히브리어로 기록되었고, 신약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는데, 이 성경원어가 최초로 다른 말로 번역된 것은 라틴어 성서다. 이 최초의 라틴어 성경(Vulgate)을 번역한 신학자는 제롬(Jerome, 348-420 A.D.)인데, 그는 2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신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에 성공했으며(405 A.D.), 특히 구약성경을 직접 히브리어에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롬의 라틴어 성경은 중세까지 서방세계에서 가장 표준적이고 보편적인 성경으로 사용되었고, 후에 영어성경의 대본이 되기도 했다.

신약성경 27권이 최종적으로 정경으로 채택된 것은 주후 393년 히포 레기우스 회의에서였다. 예수님의 어록(語錄) 즉 복음서들과 사도들의 서신들을 경전화 하도록 자극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고 추측한다. 그 첫째는 영지주의와 마르시온파 등 그리스도교를 교묘하게 위협하는 이단학설들의 등장으로 그리스도교 교회는 경전을 제한 또는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교회의 예전용으로 사용할 글들을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약성경 정경화 작업에서 학자들이 정경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첫째가 기록자의 사도적 권위였고, 둘째는 성경으로서의 신학적 가치였으며, 셋째는 먼저 채택된 성경들과의 내용상의 조화였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오랜 기간의 정경화 과정을 거친 끝에 신약 27권이 정경으로 채택되었고, 드디어 신구약 66권이 그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정경 66권외에 가톨릭교회는 1546년 트리엔트 총회에서 다음의 외경 일곱 권(토비트서, 유딧서,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마카베오 상, 마카베오 하)을 성경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 일곱 권을 ‘제2경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정교회는 1672년의 예루살렘 회의에서 솔로몬의 지혜서, 벤시라의 지혜서, 토비트서, 유딧서, 이 네 가지를 성경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개신교는 1618년의 도르트 회의와 1643년의 웨스트민스터 회의에서 그 외경들을 성경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결의를 했다.

가톨릭이 제2경전으로 채택한 구약외경 일곱 권을 개신교가 정경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 일곱 권의 사본문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즉 그 책들은 70인역(Septuagint)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리스어 원본으로 발견된 것들인데, 가톨릭에서는 비록 히브리어나 아람어 원본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예수님이 오시기 이전에 유대인들이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으로 믿고 받아들였으나, 개신교에서는 히브리어나 아람어 원본이 없는 구약외경은 정경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용상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마카베오 하권 12장에 유다 마카베오가 죽은 병사들의 죄스런 행위가 깨끗해지기를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개신교에서는 이것을 연옥(煉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에서는 교리적으로 연옥의 존재를 부인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경에 약간의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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