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수도자의 일기를 읽고

권명수박사(햇살영성심리 상담연구소)


 재가 수도자의 일기를 읽고 

다석 류영모선생의 씨알사상은 사람 안에는 하나님이 주신 위대한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누구도 하나님이 주신 것을 훼손해서는 안되며,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하려는 의식적 행위인 가온찍기 행함을 추천한다. 다석은 하나님을 내 안에서 찾고자 자신을 부정하며 이를 위해서 말씀 묵상을 숨쉬듯이 가르치고 스스로도 평생 실천하였다. 저자는 평신도 관상수도회 모임인 씨알예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실천적 영성을 연마하는 재가수도자로서 향심기도와 성경 말씀 묵상한 것을 삶에서 실천하며 경험한 것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였다.

얼마 전에 안창도가 쓴 <스페인의 매: 어느 재가수도자의 일기>(대장간, 2020)란 책이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필자가 주문한 기억도 없고, 안창도라는 저자도, 발송자도 모르는 이름이었다. 궁금해서 책 안을 살펴보다가 책 속에 ‘이 책을 읽고 소감문을 인터넷 서점에 올려주셨으면’ 하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필자도 영성과 이를 삶에서 행하며 수련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왔는데, ‘재가수도’라는 개념을 말하는 책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는 부득이하게 다른데 마음이 바빠 나중에 읽기로 하고 서가에 꽂아 두고서,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저자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지가 오래된 약 60대가 넘은 중년 남성이다. 그는 교회 생활을 하던 중에, 자신의 삶을 닦고 수련해가는 수도자적 삶을 살기로 노력해오고 있었다. 그는 씨알재단사업회의 간사로 근무해줄 것을 요청받게 되었다. 이런 주변 상황이 저자가 원하는 수도자적 삶을 후원하게 되었다. 안창도는 평신도이지만, 재단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씨알명상센터의 책임자로서 명상 기도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평신도들만이 참석하는 씨알예배에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재단의 간사로서 일과 공부를 겸할 수 있으며 재가수도자로서 영적인 훈련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에, 간사직 요청을 즐거운 마음으로 허락하였다. 책은 2014년 3월 1일부터 약 3년 동안 향심 기도 수련과 성경 묵상 내용을 자신의 삶과 지속적으로 연결하며 겪는 내면의 움직임의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의 매>에는 가난한 이와 약자들과 함께 하는 진보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자세가 책의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는 재가 수도자로서 추구하는 핵심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 가치를 구현하는 생활양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도와 성찰, 재단 사업활동을 통해 기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영성과 치유, 인간 내면 심성, 신학과 관련되어 꽤 많은 책들을 읽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의 주제와 제목의 폭이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일기에 반영되거나 인용하여 독자에게 쏠쏠한 배움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가 일하는 재단은 다석 유영모 선생 기념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다석 선생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석 선생께서 강의한 주요 어록이 책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있어 많은 공부가 되었다. 저자는 다석 사상의 핵심을 “모든 인간 안에는 하나님의 씨알이 들어 있다”고 이해하고, 교육과 영성활동을 통해 이를 계발시키려는 마음이 있음이 발견된다.

이 책의 백미는 지인의 재정 후원으로 ‘산티아고’로 순례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출발 전 발에 통풍 증세가 나타나 걷는 여행 계획을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가, 다시 계획을 잡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갱년기를 한참 지난 저자는 32일 동안 매일 걸어야 하는 순례의 여정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 모든 난관을 겸손한 마음과 믿음으로 헤쳐 나가 32일의 계획을 달성하며 겪는 내밀한 경험들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이런 험난한 순례를 통해 겪게 된 어려움들을 통해서, 이는 저자 혼자 만의 싸움이 아니라 그때마다 주변의 “천사들이 나타나 해결해 주”는 은총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약 3년 동안의 기간에 거의 매일 일기를 쓰려고 하니, 주님을 향한 재가수도자의 내면의 움직임에 대한 성찰 내용이 주로 있지만, 때론 매일의 활동 기록이 연대기적인 면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재가수도자의 자세와 이들의 생활 훈련에 대한 자료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이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행스럽게도 재가수도자의 비전과 삶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스페인의 매>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이런 귀한 책을 접하며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행복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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