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타난 이방인의 문제

2021-10-18

남서울대학교 이정재교수


성서에 나타난 이방인의 문제

 

전쟁, 폭력, 박해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수가 지난해 6,850만 명에 육박했다고 19일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했다. 지난 5년 내 최대의 숫자이다. 세계 난민의 3분의 2는 5개국에서 나왔다. 시리아 630만 명, 아프가니스탄 260만 명, 남수단 240만 명, 미얀마 120만 명, 소말리아 98만6,400만 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 넘겨주자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려는 난민이 급증했다. 그 수가 260만 명을 넘었다. 이중 한국 정부가 한국인을 급히 철수시킬 때, ‘특별 기여자’ 자격으로 수송기에 태워 온 아프가니스탄인 390명이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왔던 사람들이다. 이전에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인해 한국으로 온 다른 난민들과는 달리, 이들에게는 90일 거주 비자가 즉시 발급되었다. 이어서 2년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F-1 비자가 주어질 것이다. 이후에도 이들에게는, ‘특별 기여자’라는 자격 때문에 난민 심사도 면제해 주고 5년까지 장기 거주와 취업을 할 수 있는 F-2 비자를 제공해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 일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자국 협력 아프가니스탄인을 구출한 일로써 여러 나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국내 정착 과정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다문화·이주민·난민 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교회의 선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2021년 들어서면서 250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한국인의 수는 5,000만 명 이하로 줄어들고, 외국인의 수는 국내 인구의 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199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난민 신청 건수는 총 72,403건인데, 이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1,119건으로 1.5%에 불과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사람 390여 명을 특별 기여자로 입국시키고 장기 체류 비자를 허락하는 등의 과정에서는 우리 국민의 난민을 대하는 태도와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2001년에 4,690명이던 유학생이 2011년에는 89,537명으로 10년 사이에 20배가 되었고, 2019년에는 160,165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152,281명으로 조금 감소한 상태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전체의 44.4% 로 가장 많고, 그다음 베트남(23.4%), 우즈베크(4.7%), 몽골(4.6%), 일본(2.7%) 순이다. 그 외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189개국에서 유학생들이 와 있다.

 

이처럼 난민, 유학생 그리고 외국인 취업자 등은 날로 늘어날 것이다. 이 이방인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동안 어떻게 이들을 대할 것 인지를 성서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I. 이방인 ‘게르’(רג)

 

이방인과 관련된 법들은 오경의 모든 법문에 많이 발견된다. 이방인에 관한 법 조항이 계약법전에는 3곳, 십계명에는 1곳, 신명기에는 18곳, 그리고 제사법전에는 30곳에서 나타난다.이스라엘 민족의 개념이 바뀌듯이 이방인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이스라엘이 부족사회에서 왕정을 거쳐 신앙고백 공동체로 발전해온 것처럼 이방인의 정체성 역시 발전해왔다.

 

신명기와 계약법전, 그리고 제사 문서의 몇몇 구절을 보자. ‘게르’(רג)는 이스라엘에 의해 정복당한 원주민들로 이스라엘인들에게 종속적인 위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 경우 게르는 ‘거주 이방인’(현대의 영주권자)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성결 법전과 제사 문서의 몇 곳을 보면 이방인의 지위는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동등한 것으로 표현된다. 칠십인 역은 이 본문들에 언급된 게르가 개종자를 뜻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스라엘에 정복당한 가나안 인들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신분 상승하여 본토에서 태어난 이스라엘인들과 동등한 수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방인은 모든 경우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스라엘인들에게 종속적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이전에 이방인들이었다는 전승을 보면 창세기 23:4, 출애굽기 6:4, 시편 39:13, 105:12, 역대상 29:15에서 족장들이 이방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창세기 15 : 13, 출애굽기 22:20, 23:9, 레위기 19:33-34, 신명기 10:19, 16:11, 12, 23:8, 24:17, 18, 19-20에서는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서의 이방인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단일화된 민족으로서의 이스라엘은 정착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약에서 게르의 의미 영역은 다음 세 가지를 포함한다. : (1) 떠돌아다니다; (2) 분쟁을 일으키다, 혼란을 일으키다, 싸우다, (3) 무서워하다, 두려워하다. 이 어근들이 모두 연관되어 있다. 이들 세 의미 속에는 사회적 분쟁과 불안의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게르רג)의 가장 적절한 번역은 ‘이민자 (immigrant)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게르의 근원의 한 부분이기도 한 사회, 정치적 격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계를 위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유목민들과 게르를 분명하게 구별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방인’(alien)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히브리 성서에서 ‘게르’는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의 출신 사회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본다. 새로운 사회에서 다양한 집단 혹은 관원들과 의존적인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을 가리킨다. 게르는 다른 부족, 도시, 관할지, 혹은 나라의 사람으로 관례적인 사회적 보호나 특혜를 받지 못한다. 불가피하게 자신을 다른 사람의 지배권 아래에 자신들을 둘 수밖에 없는 처지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한 집단을 정의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방인을 정의하는 방식은 유용하다. 어떤 사람이 하나의 부족, 도시, 관할구, 혹은 나라에 속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이스라엘인들이 속했던 기초 집단은 변화가 있었다. 덧붙이자면, 사사 시대의 게르는 다른 부족이나 마을에서 온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왕정 시대의 게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시민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성서에 나타난 이방인의 지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가 오경의 법 전통의 발전과 성격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