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를 별에 묶어두어야 성취동기가 뚜렷해져

 

조신권 (시인/문학평론가/연세대 명예교수)

 

“마차를 별에 묶어두어라”(Hitch your wagon to a star)라고 말한 사람은 바로 랄프 왈도 에머슨이다. 이 말은 ‘어렵지만 현 상태로 머물지 말고 높은 꿈을 갖고 나아가라’는 뜻이다. 한 여행객이 영국의 해안지방을 여행하다가 해변에 갈매기들이 떼로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해서 죽은 갈매기들을 치우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갈매기들이 죽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엔 해마다 여름철이면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 사람들이 갈매기들에게 과자나 사탕 같은 것을 많이 던져줍니다. 갈매기들은 그걸 맛있다고 자꾸 받아먹는 데, 그건 갈매기들에겐 아주 해로운 것입니다. 갈매기들이 사람이 던져주는 맛있는 것들을 받아먹다가 나중에는 자연에서 얻는 먹이에 대한 식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철이 지나고 여행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 갈매기들은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기다리다가 그만 저렇게 굶어 죽고 맙니다. 바다 속에 그 좋은 먹이를 그대로 놔두고 말입니다.”

세상이 던져주는 달착지근한 먹이에 끌려 마차를 별에 묶어두려 하지 않으면 그만 그 맛에 길들여져 죽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비바람에 흔들리며 꽃이 피듯이 우리의 삶도 세파에 흔들려도 항구에서 배를 띄워야 바다의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에머슨은 “광활한 우주는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자기 몫으로 주어진 땅에서 직접 밭을 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는 옥수수 낱알 하나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다. 타인을 너무 의지하지 말고 직접 밭으로 나가 호미를 잡으라는 것이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마차를 별에 매 둘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밭에 나가 호미를 잡고 안 잡고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인생이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잘났으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대로 꾸준히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인생은 이 여러 길 가운데서 어느 한 길을 반드시 선택하여야 한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으로 인하여 웃고 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은 ‘노란’ 숲 속으로 갈라져 있다(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1행). ‘노란’색은 ‘기쁨’, ‘환함’을 표상하는 동시에 ‘망설임’과 ‘회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한 길은 선택하는 자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길은 용기로써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노란’색으로서 표현하였다. 인생은 자기의 길을 자신의 엄격한 가치관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구의 권에 못 이겨 취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리로 발을 옮기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우리 인간은 두 길을 한꺼번에 택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우리 인간은 다 유한하고 절대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실존이기 때문에 보다 그것이 나을 것이라고 하는 가정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 길에서 딴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이가 들면 그 길의 선택에 대해 잘잘못을 캐려 들지 말고 이미 흘러간 것으로서 멀리 두고 바라보는 것이 좋다. 한 길을 선택하면 다른 한 길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생이 단회적이므로 선택이 중요하다. 특히 인생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방관자보다 보기 싫고 얄밉고 비열한 자는 없다. 방관자라는 것은 마치 강의 동쪽 언덕에 서서 서쪽 언덕의 화제를 구경하면서 그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자와 같고, 이 쪽배를 타고서 저 쪽배가 침몰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자와 같다할 것이다. 이 얼마나 얄밉고 비열한 처사인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들어오라”는 시의 마지막 연에서 들어와 안주하라는 요청도 안 받았지만 받았다 하더라도 “나는 밖에서 별을 보겠다/들어가지 않겠다”라고 노래하였다. 책임의식을 갖고 나의 인생과 사회를 위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성취동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별을 보겠다는 성취동기가 있어서 그는 별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었다. 성취동기는 무엇인가를 이루어 보려는 욕망이다.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하려는 의지다. 책임의식이 강하고 성취동기가 뚜렷하면 그 사람은 보람 있게 행복하게 일을 성취해 내며 살아갈 수가 있다. 바른 선택과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 및 전심전력 투구하는 정신이 인생을 승리로 이끈다. 책임을 진다고 하는 것은 다른 말로 말하자면 지성일관(至誠一貫)을 의미한다. 마치 야구 선수가 공을 던질 때 전력을 다해 던지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게 정성을 쏟아 사라야만 한다. 그러면 자만이 비뚠 길로 가지 않고 많은 수확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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