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짜 목사였다

          오세준목사


나는 가짜 목사였다

 

수년 전에 홍정길 목사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개척해서 처음 3년을 빼고는 목회자로 불릴 수 없을 것 같다. …교인이 3천 명으로 증가하면서 목회는 사라지고 매니지먼트만 남게 되었다. …주님 보시기에 나는 가짜 목사였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교회에서 존경받는 목사 중의 하나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홍정길 목사를 가짜 목사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겸손한 표현으로 들린다. 하지만 목회자라면 새겨들을 말이다.

홍 목사가 어떤 기준에서 가짜 목사라고 고백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스로 자신을 가짜 목사라고 고백할 목사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대부분 목사는 자신이 참 목사라는 것을 직간접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비나 이단에 가까울수록 더 그런 성향이 짙다. 인터넷 공간에 가짜 목사의 기준에 대해 제시하는 글이나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중에는 공감이 되는 것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말이다.

전통적으로 가짜 목사를 “삯꾼 목사”라고 지칭했다. 예수께서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지만, 삯꾼은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도망한다고 하셨다(요10:123). 여기서 “삯꾼 목사”라는 용어가 나왔다. 교회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목사가 교인을 놔두고 떠나면 삯꾼이라는 표현을 썼다. 혹은 물질에 연연하여 목회하거나 다 나은 조건을 따라 교회를 옮기면 삯꾼이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다. 과거 목회자 수급이 어려울 때는 이런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목회자 과잉 공급의 시대에는 삯꾼의 기준이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대부분 목사가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다 큰 교회에서 청빙하면 쉽게 응한다. 농어촌 어려운 교회에서 목회하다 도회지 교회에서 오라고 하면 다 팽개치고 출세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며 섬기던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 작은 교회를 더 나은 큰 교회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요즘은 이렇게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옮겨가는 목사를 “삯꾼 목사”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능력 있는 목사로 인정받은 것이며, 하나님께서 더 귀히 쓰시는 목사라고 치부한다.

어느 작은 교회에서는 목사가 부임하여 몇 년이 지나면 큰 교회로 떠나는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우리 교회는 잠시 머무는 교회”냐며 목사에게 교인들이 크게 실망하여 교회를 떠났다는 후문도 있다. 그러나 작고 어려운 교회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며 충성하는 목사가 대부분이다. 다른 목사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명의 자리로 알고 만족하며 목회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더 나은 여건과 인간적으로 누릴 것이 많은 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와도 거절하고 열악한 환경의 교회에서 묵묵히 사역하는 목사도 많다.

철새처럼 육신의 욕망을 따라 더 나은 환경의 교회로 옮기려고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면 참 목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가짜 목사라고 명명한들 누가 무리한 표현이라고 할 것인가? 많은 경우, 더 좋은 조건의 목회지로 옮길 때는 자신의 욕심이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혹은 기도의 응답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대부분 목사는 교회에 부임하면, 하나님의 뜻으로 하나님이 보내셔서 왔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예우를 더 잘해주는 교회로 가게 되면 이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둘러대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인간 욕심의 발로를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키거나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 된다. 함부로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며 자기 욕심을 채우면 하나님을 이용하는 영적 사기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하나님의 뜻은 남이 가기 싫어하고 기피하는 교회나 사명지로 가라는 것일 수 있다. 왜 꼭 어려운 교회에서 좋은 환경의 교회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되레 좋은 환경의 교회에서 열악한 환경의 교회로 가는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실제로 드물기는 하나 도시의 큰 교회에서 남들이 회피하는 지방의 작은 교회, 게다가 문제 많은 교회인데 자원하여 가는 목사도 있다. 이런 목사가 이 시대의 진짜 목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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