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자질과 덕목

강원돈 (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한신대학교 신학부 은퇴교수

 

대통령의 자질과 덕목


올해 3월 9일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대통령 후보들의 말과 행동에 쏠려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연일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그럴싸한 정책을 쏟는다. 사람들은 그런 공약에도 귀를 기울이지만, 어떤 후보가 대통령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고 있는가를 살피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모두 갖고 있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들을 만큼 엄청난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바탕을 두고 세워진 국가기구인 동시에, 그 국가기구에 부여된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에게서 직무와 사람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결합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를 맡는 사람에게 그 직무를 수행할 만한 자질과 역량이 요구된다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도덕주의적 잣대를 들이대곤 하지만, 공화국 정치는 도덕정치가 아니라 책임정치를 그 본령으로 한다. 책임정치의 일차적인 관심은 정치적 행위 과정의 조직과 그 결과에 있는 것이지, 정치적 행위자의 도덕적 역량과 그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책임정치는 정치적 권한과 권력을 행사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정치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역량)을 강조했다. 열정, 안목, 책임이 그것이다. 권력의 기회를 확보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열정, 자신의 정치적 기획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냉정한 예측과 계산, 자신의 정치적 행위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태도는 정치적 행위자가 갖추어야 할 특별한 역량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이중적인 지위에서 행사하는 권한과 권력을 생각해 보면, 대통령은 그 권한과 권력을 책임 있게 제대로 행사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공화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일차적인 모습은 세종 같은 성군도 아니고 도덕적 역량과 품위를 갖춘 성자도 아니다. 공화국 대통령은 공화국의 주권과 자유, 공화국 시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열정’에 사로잡혀야 하고, 공화국의 자유와 시민의 자유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냉정한 ‘안목’을 갖고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고,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공화국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다.

대통령은 책임정치의 세 가지 덕목들 이외에도 세 가지 역량을 더 갖추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맡겨진 권한과 권력이 너무나도 막중하기 때문이다. 첫째, 그는 헌법 규범을 체화한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 마디로, 그는 인간과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인민주권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엄중하게 구별할 능력을 갖춘 공화국 시민이어야 한다. 둘째, 그는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덮거나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치의 수호자인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그는 국민적 관심사를 놓고 조정하고 타협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정과 타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중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가에게 요구한 최고의 덕목인 신중성은 말을 줄이고, 말을 맥락에 맞게 골라서 사용하고,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편의 반발을 헤아리고 이를 포용하는 능력이다.

기독교인들은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책임 있게 참여하여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무엇보다도 누가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었는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호랑이의 해에 시행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기독교인들은 호랑이 같은 공화국 시민으로서 나서야 한다.

PDF News

주간인기기사